노사분규없는 신원그룹의 회장 박성철 장로
평소 ㈜신원을 잘 몰랐던 사람이 서울 마포에 있는 이 회사 건물을 방문하면 어리둥절해진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성가곡이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벽에는 ‘월요 예배 순서’가 붙어 있다.
건물 3층에는 예배실이 있고 신학연구소,성가단의 간판까지 볼 수 있다.
교회인지 회사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국내 굴지의 의류업체인 ㈜신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믿음의 기업’이다.
경영이념의 첫번째가 믿음 중심이다.고객 중심,미래지향은 두번째,세번째다.
매주 월요일 아침 서울의 마포와 남미의 과테말라,중국 칭다오(靑島) 등
전 세계의 신원 직원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회사 입구에는 “주일은 주님과 함께”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있다.
주일은 쉰다는 것은 박성철 회장이 창업 때부터 지켜온 철칙이다.
박회장은 신앙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신원통상을 설립했다.
섬유 수출과 의류사업으로 승승장구했던 회사가 위기를 맞은 것은 지난 97년 경제위기 때.
건설,부동산까지 진출해 16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던 신원은 빚을 제때 갚지 못해
경영권이 채권단으로 넘어가고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계열사를 모두 없애면서 3000여명에 이르던 직원을 900명으로 줄이고 13개에 달했던
의류브랜드도 5개로 대폭 축소했다.살인적인 구조조정이 직원들과의 마찰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평소 신앙을 강조해왔던 기업 문화 덕분이었다.
떠나야 하는 직원들도 회사의 사정을 이해해줬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회사를 되살려
이들을 다시 불러와야겠다는 ‘전의’를 다졌다.
다행히 해직된 직원들은 대부분 다른 업체에 재취업했다.
‘신원의 직원이면 믿을 수 있다’는 평판이 큰 힘이 됐다.
채권단에선 신원의 기업문화를 존중해 박회장에게 경영을 계속 맡겼다.
박회장은 방만했던 경영을 스스로 반성하고 재점검하는 가운데
회사 회생을 위해 1000일 기도를 시작했다.
99년에는 큰수술을 받으면서도 휠체어를 타고 병원 예배실을 찾을 정도로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직원들은 보너스와 영업비를 스스로 반납했다.
주일을 쉬기 위해선 평소에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며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자청했다.
사실 이런 원칙이 완벽하게 지켜지진 못했다.
대구 광주 마산 포항 등 지방의 쇼핑몰이 주일에도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다급한 마음에 주일에도 영업을 해온게 2년이나 됐다는 것이다.
박회장이 당장 지방으로 내려가 직원들을 설득했다.
“주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쉬어야 합니다.주일성수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놀랍게도 이들 쇼핑몰은 주일에 문을 닫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오히려 15%나 늘었다.
쇼핑몰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는 건 상식적으론 말이 안되는 사실인데도
박회장의 설득에 못 이겨 따랐던 직원들도 놀랐다.
채권단에서도 신원을 워크아웃 졸업기업으로 선정, 정상적인 경영상태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신원은 추석에 해고된 직원들에게 지갑과 벨트를 보냈다.
“저희는 아직도 당신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라는 뜻을 담았다.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기업,사랑이 있는 기업으로 회사를 키워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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